지난번 포스팅에서 말한대로 리스의 다른 단편집을 읽었다. 아쉽게도 이 단편집에서는 <The Day They Burned the Books>이 준 즐거움을 능가하는 단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표제작인 <La Grosse Fifi>가 좋았다.

 

지난번에 읽은 단편집에서는 단편들 사이에 큰 공통점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책의 경우는 단편들끼리의 분위기가 대동소이하다. 지난 포스팅에서 진 리스가 1890년생인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썼는데, 이 단편집은 그녀가 세대적으로 어느 시대에 속한 사람인지 이해가 되는 단편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만큼 전형적인 이야기들이다. 1차 대전, 호텔을 전전하는 유럽인들과 그 주변에 생성되는 지골로, 운전기사, 메이드들의 생태계, 뭐 이런것들. 너무 흔한 소품들이고 캐릭터들이어서 사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작가가 썼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Vienne> 같은 경우는 어쩐지 캐서린 맨스필드 생각이 났다. 캐서린 맨스필드는 거장이지만 그와 별개로 나는 맨스필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2땐지 고3땐지 문학 과목의 교과과정에 맨스필드가 들어가있었는데, 고작해야 단편들 몇 개 읽는 것에 불과함에도 나에겐 꽤 고역이었다. 다행히 이 경우는 초반부를 제외하고는 그 정도로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진 리스의 문체는 여전히 직설적이고 페이스가 빠르기 때문에 책장은 빨리 넘어갔지만 다소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The Day They Burned the Books>를 너무 좋아했어서 생긴 기대감 때문이다. <Mixing Cocktails> 정도를 제외하면 내가 기대한 비유럽적이고 주변부적인 정서는 찾기 어려웠다. 결국 진 리스에게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으려면 단편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구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엔 적어도 호텔에 사는 유럽인 얘기는 안나오겠지.

 

이 단편집에서 내가 제일 별로라고 생각한 <Vienne>의 경우 별로인 것 뿐만 아니라 분량이 제일 길기까지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집 전체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묘사 또한 이 단편에 들어있다. 이 단편에 대한 나의 불호와는 별개로 이 부분은 상당히 탁월하다고 생각해 여기에 발췌해둔다. 이 발췌는 화자가 돈이 다 떨어지는 상황에 대해 상상하는 심리묘사의 일부인데, 가난한 상태에 필연적으로 결부되는 모멸감이 어떻게 솟아날 수 밖에 없는지를 마지막 한 문장으로 너무 직관적으로 묘사해 가슴이 아플 정도다(ㅠㅠ):


Not to be poor again. No and No and No.

...

I can still do this and this. I can still clutch at that or that.

So-and-So will help me.

....

I can't go down, I won't go down. Help me, help me!

Steady - I must be clever. So-and-So will help.

But So-and-So smiles a worldly smile.

you get nervous. He doesn't understand, I'll make him -

But So-and-So's eyes grow cold. You plead.

Can't you help me, won't you, please? It's like this and this -

So-and-So becomes uncomfortable; obstinate.

No good.

I musn't cry, I won't cy.

And that time you don't. You manage to keep your head up, a smile on your face.

So-and-So is vastly relieved. So relieved that he offers at once the little help that is a mockery, and the consolong compliment. 

In the taxi still you don't cry.

You've thought of someone else.

But at the fifth or sixth disappointment you cry more easily.

After the tenth you give it up. You are broken - no nerves left.

And every second-rate fool can have their cheap little triumph over you - judge you with their little middle-class judgement. 

 

여튼 수중에 갖고 있는 진 리스의 책들을 모두 읽었으므로 1) 다음 포스팅은 다른 사람이 쓴 책에 대해서 쓰게 될 것이고2)<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언제 눈에 띄면 사서 읽기로 하며 이만 포스팅을 마침.

 

Posted by 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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