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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20 201908?? 이노우에 야스시 <둔황>

포스팅 제목의 날짜가 저렇게 생긴 이유는 9월중 핸드폰이 고장나면서 2018년 7월과 2019년 9월 사이의 데이터를 몽땅 유실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을 9월중에 읽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튼 올해의 9월과 10월은 너무 다사다난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생각하기도 싫으므로 날짜 얘기는 이쯤에서 그만둔다.

 

이 책을 산 이유는 전적으로 둔황이라는 제목 때문이다. 나는 전근대사를 읽을 때 코스모폴리턴한 분위기를 풍기는 시기와 지역에 강하게 매료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둔황 같은 곳에는 환장할 수 밖에 없다. 일문학에 일천하므로 이노우에 야스시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가 이 책에 적힌 약력을 보고 <풍도>의 작가임을 알았다. <풍도>는 나도 들어본 바가 있지... 역덕이니깐... 물론 읽지는 않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 인물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몇 안되는 여성 인물들의 역할은 실로 기계적으로, 그들의 역할은 남성들의 행동을 설명하고 끌어내는 데 한정되어 있다. 그들은 남성 인물의 심경의 변화나 중요한 행동을 추동하는데 복무한 다음 바로 사라져버린다. 내가 무신경한건지 비위가 좋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너무 전형적이어서 솔직히 희극적이라고 생각했다. 둔황, 그리고 11세기라는 키워드들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에 기대어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 책의 재미가 이 이야기가 쓰인 시대의 한계를 의식하지 않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니다. 눈에 띄게 문학적으로 아름답거나 엄청난 통찰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이지 1959년에나 쓰일 법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고, 아마도 내 감상은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정말이지 1959년에나 쓰일 법한 소설이었다.

Posted by 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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