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면에서는 친절함이 과하고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불친절한 책이었다. 화자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은 무척 쉽다. 매우 통속적이다. 책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 역사적 맥락이 어떤 형태로 제시되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이 책은 불친절하다. 좀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들을 읽으며 칠레 현대사의 큰 줄기를 대강 배우는 일은 가능하지만 마스트레타의 소설들을 읽으며 멕시코 현대사를 배우는 것은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물론 어디까지나 스타일이 그렇다는거지 그럼으로 인해서 이 소설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배경지식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꽤 재밌게 읽었다. 


중남미문학에 통달은 커녕 특별한 애호도 없다. 사실 문학에 대한 애호 자체가 그다지 없다. 몇년전부터 소설을 읽을때마다 내가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러한 기질에도 불구하고 내게 소설에 대한 취향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동유럽 출신이거나 중남미 출신이면 어느정도 신뢰를 하고 본다. 그리고 그것들을 읽고나면 대체로 만족하곤 한다. 역사적 사건에 휘말려 PTSD를 앓게 된 사람들이 쓴 것만 같은 소설들이 좋다. 그렇지 않은 경우 대체로 시시하다고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남미소설에 대한 내 기대에 별로 어긋나지 않았다. 


내용에 대해 쓰고싶지는 않다. 사실 이 소설엔 그다지 내용이랄 것도 없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부모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책 속의 이야기와 닮은 부분들이 있다. 그러고보면 내가 중남미소설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소설 속 인물들의 인생경로가 내 주변의 그것들과 비슷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Posted by 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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