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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02 원래 이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는
  2. 2016.03.14 나와 책 1

아주 구체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리고 있는 상이 있었다. 미시사, 피플즈 히스토리 이런 영역에서 관심 있는 키워드를 몇 개 뽑아서 나의 감상이나 발췌문 같은 것을 정리한 다음 태그해놓고 아카이브를 해놓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뭔가 해놓으면 몇 년 안에 이 분야에서 괜찮은 딜레탕트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욕심이 있었다. '내가 읽는 책들에 대해 전부 기록한다'는 목적도 없지는 않았는데, 그게 메인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런 야심이 흐지부지 되면서 이 공간도 메모 몇 개와 함께 방치되어 있었다. 지금도 이 블로그로 뭘 해야될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 심심할때 들여다보긴 한다. 오늘도 공부하기 싫어서 이곳에서 소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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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책 1  (0) 2016.03.14
Posted by 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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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책 1

Chitchat 2016. 3. 14. 10:54


어린 시절 나는 흔히 책벌레로 일컬어졌다. 돌이켜보면 내가 뭐 굉장한 지적 호기심이 있어서 그랬다기 보다는 그냥 엄마랑 언니가 둘 다 책을 많이 읽었고, 또 집에 책이 많이 굴러다녔고, 책을 읽으면 시간이 잘 가고 또 선정적인 뭐 그런것도 많고 그래서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 헿헤... 여러분 할아버지 취향의 역사소설(이를테면 '수양대군과 한명회' '소설 명성황후' '장희빈' 등)에는 꼭 권마다 야한 장면이 하나씩은 들어간답니다 헿헤... 중전, 합궁합시다!




사건은 중3 여름방학때 일어났다. 당시 나는 비자 문제로 잠깐 한국에 들어와 들짐승 산짐승 뛰노는 내 고향에서 유유자적하고 있었다. 그 무렵 나는 우리 동네가 낳은 천재 중 하나인 한 이웃집 소년과 매우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그는 경장한 어학능력의 소유자로 그 시절에 이미 수많은 영어 원서를 독파하였으며 막 쇼팽을 막 치고 어 음 하여튼 대단하신 분이었다... 근데 그분이 천재인건 뭐 하루이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한 능력들에 별다른 경이로움을 느끼지 못하던 와중 어느날 그분의 책장에 꽂힌 'Wealth of Nations'를 발견했다. 그렇다, 그거슨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었다. 그때 나는 약간 패배감을 느꼈다. 저.. 저 녀석이 책벌레인 나보다 국부론을 먼저 읽다니.. 인정할 수 없다능!! 뭐 이런..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쓸데없는 생각인데.. 국부론이 뭐라고... 사춘기의 나는 하여튼 그랬다.




어쨌든 나는 그분과 친했고 그당시 내가 느낀 감정은 퓨어 패배감이라기보다는 경이 + 패배감에 가까웠으므로 나는 집에 와서 그날의 발견에 대해 별다른 네거티브함 없이 털어놓을 수 있었다. '있잖아, 걔는 벌써 국부론을 읽더라. 영어 원서로. 대단하지?' 뭐 이런 투로 부모님 앞에서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자 아버지는 내 예상보다 훨씬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디씨였다면 'ㅋ 지금 기분이 어때? 막 부들부들 떨리고 그래?ㅋ' 이렇게 놀리기 좋은 그런 리액션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책벌레인 자신의 도-터보다 더 대단한 책을 읽는 또래아이가 있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일까... 역시... 코리안 람보...




그 일이 있은 다음날 아버지의 행보는 실로 코리안 람보다웠다. 퇴근 후 아버지는 나를 불러 책을 한 권 사왔다며 손에 쥐어주었다. 사실 아버지가 나를 부른 바로 그 시점에서 아버지의 성미를 익히 아는 난 분명 아버지가 국부론을 사왔기 때문에 굳이 나를 찾는다는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헉~~~~~ 띠-용~~~~~!













아버지가 사온것은 '군주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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